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_괌에서의 첫 번째 이야기_리마인드

지혜의숲 여행 이야기(해외) Leave a Comment

아이들과 함께 떠난 첫 해외여행이다.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해주고 싶어 다양한 여행 일정을 계획하고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빠듯한 계획이었지만 재미있게 많은 추억을 남긴 이번 여행이었다.

5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마친 뒤 9월 12일 드디어 출발하게 되었다. 밤 비행기라 정상 퇴근하고 바로 대구에서 출발해 김해공항에 도착을 했다. 가족들과의 첫 해외여행 그것도 5세, 6세 아이들과 함께 가는 거라 걱정도 되고 설렘도 가득했다. 신나 하는 아이들의 흥얼거림이 가득 찬 1시간의 이동 시간은 순식간에 사려져 버리고 어느새 비행기에 탑승을 하게 되었다.

첫 비행기 탑승에 아이들은 신나 하고 들뜬 마음이 눈에 보였다. 괌에 가는 비행기는 대부분 가족 단위라 비행기 안은 아이들의 칭얼거림과 재잘거림이 가득하다. 그러나 밤 비행기라 그런지 1시간 뒤 대부분 깊은 잠에 빠졌다.

“괌이 우리에게 준 첫 번째 선물, 엄청난 비”

4시간의 비행시간이 지난 뒤 드디어 괌 공항에 도착을 했다.

입국심사장에 잔뜩 긴장한 아빠와 엄마와 달리 “Hello~”하고 입국장을 쿨하게 퇴장하는 하겸(큰 아들). 결국 뒤 돌아와 지문을 찍고 “Thank you~” 다시 쿨하게 퇴장~ 입국 직원도 쿨하게 웃어넘긴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니 우리를 반겨주는 건 엄청난 양의 비가 우리를 맞았다.

비가 그냥 오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쏟아졌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아이들을 데리고 더군다나 부모님들까지 있으니 대략 난감했다. 다행히 공항에서 바로 빌릴 수 있는 렌터카를 예약을 해서 다행히 비를 맞지 않았지만 차를 찾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를 했다. 렌터카 직원이 차를 찾고 청소하고 하는데 대략 1시간 30분 이상 소요가 되었는데 다들 지친 기색이…

하지만 아이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신나 했다.

드디어 차를 인수받고 숙소까지 운전을 하고 가는데 뒷자리에서는 벌써 축제 분위기다. 새벽 4시 30분이 넘었는데 아이들은 괌이 준 첫 번째 선물인 비를 맞고 원기회복하고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불 켜진 네온사인을 보고 자기들끼리 뭐라 뭐라 이야기했다. 나는 속으로 ‘숙소에 가서 조금이라도 아침잠을 자야 하는데 지금 저렇게 노래 부르고 놀면…’ 이라며 걱정을 하며 숙소에 도착을 했다.

이미 흥이 오를 대로 오른 아이들의 기분을 조금 가라 앉힌 뒤 강제 취침모드로 들어갔다. 어차피 오전에는 기온이 낮아 물놀이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울 것 같아 강제로 취침모드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좋았지만 나에게는 치명타가 되었다.

“괌에서 첫 여행지는 침대”

짧은 취침 시간을 가진 뒤 드디어 물놀이를 하기 위해 일어났다. 신나 하는 아이들과 달리 나는 뭔가 모를 불편함이 내 머릿속을 짓 눌렀다. 아.. 왠지 편두통이 몰려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 비행기 안에서 불편하게 자고 숙소에 와서도 편하게 자지 못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조식을 먹은 뒤 숙소에 있는 워터파크에서 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속도 안 좋고 어지러워 도저히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편두통을 앓아 본 사람들은 알 거다. 저 기분과 고통을..

결국 나는 가족들과 따로 떨어져 숙소 침대에서 오후까지 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약을 좀 챙겨 가서 약을 먹고 몇 시간을 누워있었다. 얼마나 억울하고 짜증이 나던지… 누워 있으면서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보통 편두통이 시작되면 약을 먹어도 잘 낫지를 않고 며칠을 두통에 시달려야 한다. 앞으로 일정을 생각해보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약을 먹고 2시간을 잤나? 와이프가 나를 깨웠다.

다행히 어느 정도 두통이 가라앉았고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돌아다닐만할 것 같았다. 아직 두통이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회복될 기미가 보여서 그런지 기분은 아주 좋았다. 점심을 먹은 가족들과 만난 뒤 우리는 드디어 괌의 관광지인 피쉬아이 투어를 하게 되었다.

“관광객과 관광객 사이”

오전 내내 흐렸던 날씨와 달리 변화무쌍한 괌의 날씨는 햇볕을 선물로 주었다. 단, 습도도 같이 주었다. 에어컨 빵빵한 차에서 쏟아지는 햇볕은 정말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괌의 대표적인 남부 투어 코스인 피쉬아이는 도시 속에 있는 아쿠아리움과 달리 바닷속에 직접 들어가 자연 속에 살고 있는 화려한 열대어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이들은 이미 눈이 휘둥그레졌고, 각종 열대어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한쪽 구석에 혼자 바닷속을 구경하던 하민(둘째 아들)이가 계속 물고기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혼자 중얼거리고 말도 걸고 하는데 물고기들에게 말을 거는 건가 싶어서 가보니 밖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서로 손짓으로 인사를 하고 말을 주고받는 게 아닌가?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는 관광객과 그를 바라보고 있는 관광객(하민) 사이에 열대어들이 지나가고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다.

그때 그 스쿠버다이빙을 했던 관광객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또 하민이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나도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는데 두 사람도 같은 기분이었을까? 아마 여행을 많이 다녀보면 나중에 깨닫게 되는 기분이 아닐까?

“괌에서의 첫 음식..”

오후 피쉬아이 투어를 끝낸 뒤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피쉬아이 투어를 했던 다른 가족과 달리 나는 오전 내내 두통에 시달려 굶다시피 했다. 결국 배가 너무 고파 일찍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오전에 물놀이하고, 오후에 피쉬아이 투어를 했던 아이들은 이미 차 안에서 곯아떨어졌고, 특히 하민이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다.

자고 있는 하민이를 둘러업고 식당 의자에 눕힌 뒤 먹어본 괌에서의 첫 음식은 로컬 푸드로 망고크랩과 해산물 음식이었다. 다른 가족들도 맛있게 먹었지만 오전 내내 컨디션 엉망이었다가 구토까지 했던 내 위장 속에 달달한 음식이 들어가니 이건 뭐 천국이 따로 없었다. 평소 게살, 홍합을 좋아하는 하민이는 깊은 잠에 빠졌고 대신 아빠인 내가 야무지게 먹어 주었다.

태어 나서 처음 먹어본 망고크랩은 달달한 하얀 코코넛 소스에 망고크랩이 쪄서 나오는데 일단 냄새부터가 달달했다. 비주얼은 뭐 말 안 해도.. 살을 살살 발라낸 뒤 한 입 먹어본 망고크랩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내가 먹어본 크랩은 마트에서 파는 게살 크래미 밖에 먹어보질 못했는데.. 이미 오전에 앓았던 편두통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가족들은 오후에 숙소에 있는 일식집에서 밥을 먹었다고 했지만 실망했던 터라 이곳 로컬 음식점에서 먹은 음식을 다들 맛있게 먹었었다. 또 괌이 미국령이라 그런지 음식량이 우리나라와 달리 많이 나왔다. 물론 꿈나라로 간 하민이 것까지 시켰기 때문에 충분히 배불리 식사를 했다.

“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차모르 야시장”

맛있게 식사를 마친 뒤 가족들은 괌에서 열리는 전통 야시장인 ‘차모르 야시장’에 서둘러 방문했다. 차모르 야시장은 수요일 밤에만 열리는 시장으로 밤 9시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야시장은 심야까지 하는데 여기 야시장은 9시까지 한다. 차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아이들의 삼촌과 하민이를 차에 두고 다른 가족은 야시장 체험을 하러 차에서 나왔다.

오후 8시에 도착한 야시장은 이미 반 이상이 철수한 상황이었다. 조금 늦었지만 분위기라도 느껴볼 요량으로  하겸(큰 아들)이와 함께 야시장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아이의 눈에 비친 낯선 이국땅의 야시장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하겸아.. 여기 야시장 오니까 어떤 느낌이야?”
“아빠, 이거 사주세요”

그렇다. 애들은 애들이다. 낯선 이국땅의 야시장의 느낌, 감흥은 사치고 희귀한 장난감, 먹는 거밖에 눈에 보이질 않는다. 애초에 질문 자체가 잘못되어 있었다. 이후 나는 애들과 여행을 하면서 이런 질문은 잘 하지 않았다. 내가 저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 생각과 기분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아마 내가 저 질문을 하고 아이의 답이 “아빠 이곳에 오니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어요”라는 답변을 기대하고 질문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후 여행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하라고 시키지 않는다. 내가 물어보지 않고 그냥 애들이 그 순간을 자기 나름대로 기억하고 느끼게 해 주었다. 반대로 애들이 이걸 보니 어떤 느낌이 들었다 라고 먼저 이야기하기 전까진 지켜만 봐주고 있다. 같은 배경, 풍경을 보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내가 아무런 감정이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다른 감정으로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야시장에서 음악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으로 갑자기 하겸이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그곳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서로 춤을 추며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서 나는 아무런 감정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하겸이는 달랐다. 자기도 모르게 들썩들썩 거리고 왜 사람들이 춤을 추는지 궁금해하고 여기는 무엇을 하는 곳이지 궁금해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감정의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한 시간 정도의 짧은 야시장 탐방이었지만 하겸이도 소중한 경험을 했고, 아빠인 나도 소중한 경험을 했던 시간이었다. 오전에는 아팠고, 오후에 관광도 했지만 하겸이와 둘이서 한 시간 정도 야시장을 돌아보았던 게 나는 기억이 가장 남았던 괌에서의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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